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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10월의 반딧불이
"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소마루는 시일 고등학교 2학년 B반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소마루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소마루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
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소마루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소마루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교육/ 색물학 판정
소마루:
교육
기준치:60/30/12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오마갓)
반짝이는 벌레입니다.
해괴하게 생겼네요.
소마루:oO(벌레..)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소마루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내 사물함이..??)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차분..)
이성 감소 없음
소마루!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소마루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소마루뿐입니다.
소마루:...?하지만 사물함... (작게 중얼거리며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상황파악을 하곤 조용히 바닥에 떨어져있을 학습지를 줍습니다)
선생님:유키바나!! 수업시간에 서서 뭐하는거냐!
소마루:죄송합니다. (제자리로 호다닥..)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 이목이 소마루에게 집중됩니다.
소마루:(부담돼..!)
소마루는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소마루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직 소마루를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선생님:임마! 아직 사물함 훤히 열어두고 왔잖냐!
소마루:(언질에 눈치보면서 기이해진 사물함쪽으로 향합니다.)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소마루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소마루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소마루,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소마루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소마루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소마루는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
으픕,! (허우적대며 급하게 쓰레기통을 던지듯 팽개칩니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소마루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소마루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소마루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소마루의 가방, 소마루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소마루,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머임)
??
이성 감소..없음
그런 소마루를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 : 서, 서, 설마....
미호 : 인간이다!!!!!!!!!!!!!!!!
소마루:....ㅡ?????
아하! 소마루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그러나 소마루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없음.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관찰> 판정
소마루: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엄마야)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
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문득 소마루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소마루를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건드리거나 어깨를 더듬습니다.
요괴 1 : 정말 인간이잖아!
요괴2 : 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안았어...?
미호 : 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요괴 1 :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요괴2 : 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소마루:.....꾸, 꿈... (제 볼을 살짝 꼬집었다가) 아프네..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요괴 1 : ...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요괴2 : 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요괴 1 : 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미호 : 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소마루:....?
(대화가 심상치않자 슬금슬금.. 빠져나가려 움직입니다)
미호 : 야! 어디가!
요괴 1 : 우리 말을 알아듣ㄴ?
소마루:아ㅡ..그게.. 대체 여기가 어디려나~해서요.. (슬 웃으며 주변을 빠르게 눈으로 훑어볼 수 있나요?)
요괴(?) 들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마루:(크윽..)
요괴 1 : 듣던 대로 정말 말을 하잖아? 이봐, 뭔가 더 말해봐!
요괴2 : 눈도 막 굴린다...신기해..
소마루:(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신기해..) 하하, 저기..여긴 어디인가요?
요괴2 : 헉..웃었어..
요괴 1 : 오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뷔페 거리가 되어버린 상황이 황당하기 짝이 없겠죠.
몇 분 후,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소마루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소마루를 바라보는 하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요괴 1 : 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소마루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소마루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래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소마루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소마루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소마루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소마루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 : 다들 절칙을 잊은검까? 전 여태 신목 위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 :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하지 않으셨슴까.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요괴 1 : ...그래, 야마다 마음대로 해.
미호 : 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소마루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야마다라고 불린 요괴가 소마루를 향해 돌아봅니다.
타다요시 : ...

하얀 머리칼에, 여우의 귀 같은 것을 지닌 모습, 금빛눈이 빛을받아 반짝입니다.
타다요시 : 이 곳은 인간이 있을곳이 아님다. 문이 열릴때가 아니라 당장 보내줄 수도 없는데...
소마루:....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멍하니있다가 뒤늦게 정신차리며)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다요시:..큰 의미 없으니 감사하지 않아도 됨다. (성큼성큼 가까이 다가와 널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규칙이 그럴 뿐이니까요.
소마루:(아까 앞에있었을때도 컸다지만, 가까이 다가오니 압도적인 덩치에 눈이 더 크게떠진다..) 어, 음...(잠시 말을 고르듯 입술을 우물거리곤) 여기는 정확히 어디죠? 요괴...그러니까 인간들이 사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타다요시:..예, 뭐.. 신목을 통해 넘어온 게 아님까? (볼을 긁적이더니.) 매번 신목을 통해 인계에서 인간들이 넘어옴다. 저는 그걸 돌려보내는 역할이고요.
소마루:신목... 여기에도 신목이 있다구요?
으..으음..그럼 신목이라 불리는 나무가...'문' 역할을 한다는거군요. (손가락으로 제 이마를 꾹 누르며 일이 왜이렇게 된건지 차분히 정리해간다)
타다요시:...다음 문이 열리는 날은 축제가 끝나는 날임다. 내일 시작이니, 오래 기다려야 겠네요.
소마루:하아... 그럼 축제는 며칠동안 이어지나요?
타다요시:글쎄요, 워낙에 다들 기대하던 축제니까. (어깨를 으쓱이더니.) 방금도 말했지만 오래 기다려야 할 검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소마루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마루는 이곳이 요괴들의 교육 기관인 ‘영월호’임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곳 학생이라는 것까지요.
소마루:기간이 정해진건 아니군요. (오래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이 곳에서.. 요괴들에게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 아, 돌려보내는 역할이면.. 그때까지 아까처럼 제 신변을 보호해 줄 수도 있다는건가요?
타다요시:...글쎄요. 일단 그게 규칙이니 말임다. (성가시다는 듯 부러 으르렁 소리를 낸 뒤 머리를 헝클인다.) 여긴 영월호, 요괴들이 교육기관임다. 꽤 오래 있어야 할테니 알아두는 편이 좋겠죠.
소마루:(으르렁소리가 들리자 저절로 겁이 난 몸이 흠칫하고 뒤로 물러나 나무에 바짝붙어앉았다) ..음...영월호요? ..그러고보니 입고있는 것도 그렇고, 아까도 선생님이라 하셨죠..
그럼...어... 야, 마다..씨도요? (힐금..)
타다요시:예, 500~800쯤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학년 구분은 없고,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졸업이 가능함다. (어깨를 으쓱이다가.) ..저는 사정이 있어 시험은 미뤄두고 있슴다..뭐, 그러니 학생이긴 하죠.
소마루:오백... 하긴.. 요괴니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려나요.. (엄청난 괴리감의 숫자에 신기하단 기색이다) 학생이긴 하지만, 이 신목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같은 분이군요. (끄덕끄덕..)
그럼 언제든 시험통과도 가능하단 자신인가봐요. (악의없다는듯 가벼운 어조로 물어보며 톡톡 몸을 털며 일어난다)
타다요시:.... (그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더니.) 예, 뭐.. 떨어질 거란 생각은 딱히 하지 않고 있슴다. 방금 녀석들만 봐도 규칙을 그렇게 한 순간에 어기는데..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에 비하면 저는 모범생이긴 하지 말임다.
...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제가 사는 집으로 가는 게 좋겠슴다.
야마다는 쓰레기통을 주워 소마루에게 내밉니다.
타다요시 : 영월호 학생들과 달리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난폭한 녀석들이 많으니 말임다.
타다요시 : 그 녀석들에게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할테니,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어떻슴까?
소마루:인간이 별미..라고 하니까요 뭐... (집으로 간다는 말에 표정이 조금 화색돌던것도 잠깐,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라는 말에 탐탁치않은 표정이다) 음.....앞을 볼 수가 없는데요..?
(그래도 얌전히 쓰레기통을 받는다..)
타다요시:....(가만히 쳐다보다 쓰레기통을 도로 뻈어 제 자리에 둔다.) 농담임다. 농담. (이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이더니.) 정말~ 농담도 못 알아듣고 인간들은 죄다 그리 지루한 성격들임까?
소마루:.... (농담이란 말에 괜히 창피해져 귀가 붉어진다. 헛기침 몇번하고는) 으흠흠... 하지만 아까 그 여우같이 생긴 애가 그러한 요괴인줄 알았다고 착각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구요. (투덜...)
(주변에 떨어진 제 가방에 사물함 물건을 급하게 구겨넣어 챙긴 뒤 당신한테 다가간다)
소마루가 야마다에게 다가가자, 야마다는 소마루의 머리에 손을 올립니다.
이어 빛무리가 뭉쳐 쫑긋, 하고 귀에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동물의 귀인가요?
타다요시:..됐다. (손을 떼어낸 뒤 휴, 하고 걸음을 옮긴다.) 이 정도라면 어느정도 눈속임은 할 수 있을검다.
소마루:....오...세상에ㅡ... (비교적 차분한 감탄사를 흘리며 이질적이게 된 귀를 손가락으로 몇번 건드린다)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야마다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소마루가 어째서 이런 곳으로 가는지 묻자,
타다요시 : 이 곳에 집이 있으니까요.
라고 대답합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야마다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야마다는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민첩> 판정
소마루: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
소마루:(산에 익숙한가?)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소마루는 한층 더 빠르게 야마다를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야마다가 멈춰서 소마루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소마루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잠시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다가, 그것도 오르지 못하냐며 투덜대기도 합니다.
야마다가 소마루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소마루를 좋아하는 걸까요?
야마다가 대체 왜?
우연히라도 소마루가 비 맞은 개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소마루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야마다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야마다는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야마다는 소마루를 향해 돌아봅니다.
타다요시 : 혹시, 여길 알고 계심까?

야마다는 그렇게 말하며, 소마루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소마루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야마다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소마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야마다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소마루는 어떻게 대답하나요?
소마루:(너무나도 아름다운 절경에 정말로 넋이 나간것처럼 바라보다보면, 자신을 보고있는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내리며) ...아뇨..
저한테 있어선 처음보는 곳이라... 미안해요.
타다요시:... (그에 시선을 거둔 채 잠시 풍경을 바라본다.)
야마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심리학> 판정
소마루:
심리학
기준치:37/18/7
굴림:56
판정결과:실패
(ㅠ)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소마루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야마다는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소마루가 야마다를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야마다는 그런 반딧불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반딧불이 전설을 이야기해줍니다.
<핸드아웃> 참조
소마루:(따라 반딧불이에 시선을 두고있다,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호수와 반딧불이들을 보고는) 그럼.. 지금 저희는 야마다씨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받고 있음과 동시에, 인연이 생긴걸까요.
그야 이곳은 정말로, 반딧불이가 많잖아요. 수많은 인연 중 하나가 이뤄진걸까 싶어서요.
뭐어.. 얼떨결에 만난거나 다름없는데다 야마다씨에게 신세를 지러가는 거지만요.
타다요시:...규칙이니까요. (버릇마냥 작게 중얼이곤, 인연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 바라본다. 이어 울적해진 얼굴로 반딧불이를 바라보더니.) 예에~, 뭐.. 인연보단 민폐에 가깝지요. (이어 입을 우물거리다가.) 타다요시 임다. 이름이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타다요시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타다요시는 소마루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타다요시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69
판정결과:보통 성공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소마루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산치체크>
소마루:(이렇게 갑자기요)
타다요시:(ㅠㅠ)
소마루: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타다요시:(?)
소마루:(어이씌)
(ㅋㅋㅋㅋ철벽멘탈)
이성감소..없음!
소마루:.. (지면인 이토록 빛이 가득한데도 아득하니 높은 하늘은 어둡기만하자 영문모를 공포심에 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방울소리에 귀가 쫑긋하고는) 그러고보니, 아까 신목에서도 방울소리가 들렸었는데..
타다요시:...? (그에 고개를 갸웃이더니. 어서 오라는 듯 손을 내민다.) 설마 배에서 내리는 것 마저도 도와드려야 하는검까?
소마루:아, 아니요. (급하게 엉거주춤 배에서 내리고 꽃을 최대한 밟지않으려하며 손을 잡는다) 그냥, 방울소리가 들려서요. 타다요시도 방울을 가지고 다니나봐요.
타다요시:방울이요? 아, 음.... (뭐, 그렇죠. 하고 대수롭지않게 대답한 뒤 너를 이끌어 지면으로 잡아 내려준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타다요시는 먹을 것을 준비해주겠다고 말하며 잠시 주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갑니다.
무료하다면 이곳의 책을 읽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요.
소마루:정말 이곳은..동화같은 곳이네요. (혼잣말로 웅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 후 거실벽면에 채워진 책들을 훑어봅니다)
<자료조사> 판정
소마루: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소마루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소마루는 책을 고르며 걷다가 나무판자를 잘못 밟고 넘어져 버립니다.
덕분에 책 몇 권이 우르르 쏟아졌…….
아야!
아야! 머리 위로 두툼한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이계탐험록>이라는 서적입니다.
소마루:아얏.! 쓰으읍.. (한손으로 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이계탐험록이란 책을 집어듭니다) 흠..?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소마루:음.. (이곳에 대해 쓰여진건가싶어 요괴5 철칙 부터 확인해봅니다)
<핸드아웃> 참조
소마루:(이런 곳에도 싸움과 전쟁이 있구나싶어 눈여겨 읽다 다섯번째 글을 보고는 픽 웃는다) 정말 간단히 어겨버리는구나..
영월호의 간단역사 연이어 읽어봅니다)
<핸드아웃> 참조 (2)
소마루:그럼 졸업 시험을 치른 뒤에 내가 와버렸구나... (기나긴거면 얼마나 긴걸까.. 다시금 한숨이 나온다) (신목의 규칙 읽어봅니다)
<핸드아웃> 참조 (3)
소마루:...신목... 그러고보니 우리쪽에선 두그루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웅얼)
<관찰> 판정
소마루: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 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요.
소마루:..? (한그루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는것을 보고는 눈을 꿈벅거린다) 흠...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주섬주섬 마저 어떤 기록을 읽어봅니다)
<모국어> 판정
소마루:
언어(모국어)
기준치:60/30/12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와 ㅋ ㅋㅋ)
<핸드아웃> 참조 (4)
소마루:.... 음..
소마루는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소마루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타다요시가 쟁반을 소마루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어떡할까요?
소마루:.............. 음.... ............
(주섬....풍뎅이와 잠자리같은 곤충들은 조금 밀어낸다..)
그에 타다요시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타다요시 :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싫으심까?
소마루:저한테는 조금 생소하다보니, 처음 당장은..먹을 용기가 안나네요..
...그러고보니 타다요시, 묻고싶은데 있어요. 이 책.. (이계탐험록을 들어보이며) 혹시 이 책을 아시나요?
타다요시:...? 아, 그럼요. 영월호에 관련 된 책들임다. 선생님이 세운 철칙이 앞에 적혀있죠. (요괴 5 철칙을 손으로 톡톡 두드린다.)
소마루:(두드리는 부분에 시선이 갔다 다시 네게 향한다) 혹시 그 선생님이시라는 분은, 언제부터 여기에 계셨던건가요.
....혹시, 그분도 저처럼 인간이신가요?
타다요시:그건... (곤란 하다는 듯 말 끝을 흐리더니.) 옛 은인 이심다. 선생님은, 그.. (잠시 널 바라보더니 머쓱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예, 인간 이셨슴다. 그것도 당신을 무척이나 닮은. (이어 그릇을 거두어가며.) 음식은 내일 새로 찾아다 드리겠슴다.
소마루:... ? (자신을 무척이나 닮았단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아, 아니면 같이 찾거나.. 도구랑 재료만 있으면 제가 요리해볼게요.
타다요시:지금 집에는 이것들 밖에 없으니까요.. 내일 축제때 함께 구해보는게 좋겠슴다. (괜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더니.) 배고프겠지만, 조금 참아주십쇼. 일단, 지쳤을텐데 이부자리를..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생인 소마루는 완전히 지쳐버렸을 거에요.
잘 시간이 다가오면, 야마다는 이불과 베개가 1인분의 목 뿐이라며 소마루에게 안겨줍니다.
타다요시:인간은 여린 존재이니 이런 게 없으면 금방 병들어버리니 말임다. (거실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는 저기에서 자면 되니 푹 쉬십쇼.
소마루:..뭐어, 백년 천년을 사는 당신들에 비하면, 여릴 수 밖에 없긴 하네요. (안겨진 큰 이불을 만지작이다가) 미안해요. 정말로 민폐만 끼쳐서. (누그러진 표정으로 옅게 미소짓고는) 잘자요.
타다요시:...! (그에 슬쩍 볼을 상기시키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 ...내일, 축제가 있으니 먹을 걸 구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머뭇.) 같이 가실검까?
소마루:..?? (묘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침실로 쓰이는걸로 추정되는 방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으음, 네. 축제내내 이 집에 틀어박혀 있을 순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제 동물귀를 가리키며) 해주신거 아니에요? (그러곤 밝게 미소지어준다) 같이 가고싶어요.
타다요시:(그에 기쁜 듯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몸을 틀어버렸다.) ㄱ, 그럼.. 어서 주무십쇼. 축제를 돌려면 꽤나 피곤할테니까요. (이어 급히 거실로 향해 걸어갔다.)
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소마루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그리고 소마루는 어떤 꿈을 꿉니다.
소마루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소마루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소마루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소마루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소마루."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딸랑,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소마루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타다요시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 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
소마루: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타다요시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타다요시는 소마루 뭔가 물어볼 틈도 없이 서둘러 일어날 것을 재촉합니다.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라면서요.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재촉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오두막에서는 변변한 놀잇감도 찾기 어려웠죠.
요괴들에게 이 축제는 무척이나 특별한 행사인 것 같으니,
타다요시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소마루와 타다요시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소마루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타다요시는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소마루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소마루:(특별하고도 요괴들을 위한 즐거운 행사이벤트구나. 너의 반응과 마을에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웃음소리를 듣자니 따라 조금 들뜨는 기분이다) 이건 무슨 용도인가요?
타다요시:(반대 끈을 제 손목에 묶고서.) 미아 방지책 임다. 보통 어린 요괴들과 산책할 때 쓰는 끈인데.... (소마루를 힐긋 보더니.) 혹시 모르니 말임다.
소마루:.... 음.. (희안하단듯한 눈빛으로 실을 보며) 마치..그거같네요. (흔히 붉은실은 인연의실이라지. 생각만 해두고는) 좋아요. 만약을 대비하는건 나쁘지않으니까요.
어쩐지 어린아이 취급을 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죠?
몇백 살 이상 먹은 타다요시의 입장에서 소마루가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노점상,사격장,식당가,점집,간이 낚시터] 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소마루:헤에~... 정말 잘 꾸몄네요. (주변을 쭉 훑으며 감탄하고는) 먹을것도 먹을거지만, 몇곳 구경해도 괜찮죠? (타다요시를 보며 좀 더 옆에 붙고는) 저쪽으로 가요. (노점상을 가리킨다)
타다요시: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기대하던 축제이니까요. (네 반응에 어째 저가 으쓱해졌다.) 그 쪽이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축제가 끝나고 나서니까... 여유롭게 둘러보십쇼. (노점상으로 향한다.)
노점상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타다요시는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소마루가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점원이 먼저 소마루에게 말을 겁니다.
점원 : 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소마루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어떡할까요?
소마루:아.. 미안해요. 이건 소중한 물건이라서요. (라며 거절합니다)
(그리고 타다요시 툭 건드리며) 가요.
점원 : 아쉬워라~ 맘이 바뀌면 다시 찾아와주련.
문득 소마루는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소마루가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타다요시가 묻습니다.
타다요시 : 당신, 어제저녁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배고프지 않슴까?
타다요시 : 노점상에서 뭐라도 사 먹죠.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둘에게 손짓합니다.
"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타다요시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소마루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산치체크>
소마루:(경악)
SAN Roll
기준치:80/40/16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이성 -1 ..
소마루:으아아으아아..... 세상에....
...타다요시는 돈 가지고있는건가요?
계산을 마친 후, 타다요시가 소마루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타다요시:예? 예에, 물론이죠...? 축제에 돈을 안 가져올리가... (고갤 기울인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소마루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타다요시:약과 싫어하심까?
소마루:아, 아뇨. (양손으로 조심히 약과를 건네받는다) 잘먹을게요.
소마루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타다요시는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밀고,
이어서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줍니다.
소마루가 타다요시에게 왜 이걸 가져왔냐고 묻자,
타다요시 :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셨던 음심임다.
라고 대답합니다.
소마루:..그런가요? (어제도 선생님을 곧잘 얘기했지.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인간이라니 그가 생각나는게 당연하려나싶다)
하긴, 이런 곳에서 인간으로 지내셨으니.. 다른이들이 먹는 것을 따라 먹진 못할테죠. (끄덕끄덕..공감간다)
타다요시:... (도롱뇽은 드셨는데. 작게 투덜거리듯이 말하곤) 다음으로 가고싶은 곳 더 있슴까?
소마루:.....도룡뇽은 저도 다음에 먹어볼거라구요. (반박하듯 꿍얼대고는) 음.. 어라, 사격장이 있네요. 저곳에 가 봐요.
사격장
소마루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소마루와 타다요시를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참여하나요?
소마루:(소마루는... 참여안하고 타다요시하는거 구경할거같아요)
(돈이 없으니까!)
타다요시는.. 돈은 대줄테니 하고 싶다면 해도 좋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게, 인계에서 온 소마루가 이 곳의 돈을 가지고 있을리 없으니까요.
소마루:(타다요시를 뻔히 쳐다보다가 웃고는) 나중에 갚으라하는거 아니에요? (장난삼아 얘기한다)
(타다요시가 대준다면.. 합니다!(뻔뻔00
))
<정신력> 판정 후 <근력> 판정
소마루:
정신
기준치:80/40/16
굴림:3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근력
기준치:40/20/8
굴림:73
판정결과:실패
(후들)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노란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타다요시:(뒤에서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소마루:이거봐요. (받은 노리개를 들어보이며 자랑한다)
타다요시:오.... (네 앞에 허리를 굽혀 노리개를 보더니 히죽 웃어보이더니.) 꽤 하잖슴까~! 솔직히 화살채로 날려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임다...
소마루:날릴리가요. 나름 집중은 잘 한다구요! 힘이 약할뿐이지.. (그새 좀 힘줬다고 아릿한 팔을 털고는)
이거, 타다요시의 눈이랑 똑닮은거같아요.
타다요시:....(괜히 시켰나..? 역시 인간은 연약해..) ..예? (가만 노리개를 바라보다 눈을 꿈뻑인다.) 노, 노란색인 것 뿐이잖슴까. 우연이겠죠. (쑥스러운지 제 머리를 헝클이더니.) ..사, 사은품 얻었으면 빨리빨리 가자고요!
소마루:타다요시는 안하나요? (눈을 꿈벅이며 바라보다가 키득 소리죽여웃는다)
타다요시:예? 저는... (앓는 소리를 내더니 활을 짚어본다.) 저는 사은품에 관심 없지만 말임다..
소마루:그래도 좋은게 걸리면 좋잖아요. 해 봐도 나쁜건 없을거에요. (기대된다는듯 바라보며)
파이팅.! (작은주먹 가볍게 흔들어보인다)
타다요시:
정신
기준치:80/40/16
굴림:85
판정결과:실패
근력
기준치:75/37/15
굴림:79
판정결과:실패
소마루:(이이걸)
화살은 멀리멀리 날아가 사격장 주인 옆에 꽂힙니다.
소마루:?
(기겁)
타다요시:(흥, 맘에 안 들었어.)
주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타다요시에게 아차상을 수여합니다.
예쁜 색의 나뭇잎 책갈피네요!
타다요시:(흠흠..)
소마루:오..ㅇ..와아아아~.. (짝짝..!)
타다요시:.......
소마루:....
타다요시:(책갈피 소마루 쥐어주곤 시무룩..)
소마루: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사람을 향해 쏘는건..
앗.. (책갈피 받고는 웃으면서 타다요시 소매를 잡고) 너무 실망하지않아도 되는데.
(그러곤 손에 노리개를 쥐어준다) 타다요시도 가져요.
타다요시:........(뚜웅 해졌다가.) 그래도 나름 그 쪽... (이름을 듣지 못 해 조금 더 머쓱해졌다.) 이 처음으로 얻은건데. 주셔도 되는검까?
소마루:그럼요. 돈을 대주고, 데려와준 건 타다요시덕이니까요. 아, 제 이름을 깜박했었구나.
소마루에요. 유키바나 소마루.. 저도 소마루라고 불러줘요.
타다요시:....소마루. (작게 중얼이곤 노리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감사함다. (이어 제 옷에 노리개를 달곤.)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소마루:음..식당...쪽으로 가기엔 이미 먹은게 있어서 별로일까요?
(기분풀린것같음에 따라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타다요시:먹은게 많지는 않으니까요. 가시겠슴까? (고갤 기울이며 식당가 쪽을 가리킨다.)
소마루:음.. (제 아무리 식사량이 적다지만, 역시 약과만으론 성치않은 것 같은 제 배를 쓸어보고는) 그럼 이번엔 식당가로 가요.
식당가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소마루가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소마루:(소리없는 비명..)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타다요시는 소마루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소마루:(적당한 좌석을 발견하자 그쪽으로 가 있는다)
(끈이 걸리긴하는데... 긴가..?)
소마루가 빈 자리에 앉는다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 : 선생님?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소마루를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소마루:에...? 아, 아뇨.. 잘못보신 것 같은데..
... (얼떨떨한 표정으로 요괴를 바라보다가) 많이, 닮았나요?
타타:..아,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으셔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정도로..(흘긋.) 닮으셔서..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인간이시죠?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보호해주는 분이 계신가 봐요?
소마루:아ㅡ.. (닮다, 라고 할 수준이 아니구나. 희안한 상황이 얼떨떨하다) 앗, 아... 이렇게 한번에 알아보시는군요. (적어도 첫날때처럼 잡아먹으려들던 아이들과는 다른가싶어 살짝 안도한다)
네. 그, 야마다라고.. 신목의 문을 지키고있던...요괴, 가 있어서요.
졸업생이라면, 그에 대해서도 좀 아시겠네요..?
타타:...아~! 야마다요? 알죠! 영월호 동문이니까요! 그 녀석, 몇백 년 째 졸엄 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소마루:후후.. 나름의 개인사정이 있다고 하던데. (눈썹을 누그러뜨리곤) ...그 선생님이란 분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는게.. 있을까요? 궁금해져요.
야마다씨도 제가, 아주 많이 닮았다고하더라구요.
타타:어라? 모르셨나요? 야마다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고갤 갸웃이다가.) 선생님은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 주셨는걸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야마다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는데...
...어느날 사라져 버리셨어요. 야마다가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는데.....
타다요시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소마루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타다요시는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타다요시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소마루:..?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한채 급하게.. 도망가는 타타를 같이 바라보다가 타다요시에게 시선을 옮긴다) 아, 저를 선생님이라 생각하고 말을 걸어서요. 잠깐 대화를 하고 있었답니다.
타다요시:...참.. (국수 그릇을 네 앞에 놓아주곤 맞은 편에 자리잡아 앉더니.) 다들 저를 무시해서, 동문과는 대화하지 않게 된 지 꽤 지났는데... 선생님인 줄 알고 말을 걸었다니, 어이가 없슴다.
소마루:에.. 타다요시를 왜 무시해요..? (동문과는 사이가 안좋은걸까. 고개를 갸웃거린다)
타다요시:처음에는 졸업이 늦어지니 놀리는 정도였는데, 재촉이 심해졌지 말임다.
소마루:으음.. 그렇군요. 몇년을 재촉하면 확실히, 멀어질만도 할 것 같네요.
졸업하지않고 남아있던건 타다요시가 누구를 기다리기 위해서임을 저 아이는 알던데 말이죠.
타다요시:...? (그에 놀란 듯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타타가 쓸데없는 소리를... 반은 맞고, 반은 아님다. 제가 없으면 신목 관리가 느슨해질테니까요. ...그건 소마루가 가장 잘 아는 사실 아님까?
소마루:뭐 어떤가요. 축제가 끝나면 갈 사람한테 조금 얘기해줘도 큰 문제는 없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이과 닮았으니 반가웠을수도 있죠. (젓가락질하여 국수면을 국물에 적시면서 소리죽여 쿡쿡웃는다) 몸소 경험해봤으니..
그래도 졸업생인 상태로 신목을 관리할 수는 없는걸까요? 졸업생은 학교 근처를 얼씬거리지 말라, 라는 규칙은 없을텐데.
타다요시:...그건. (어두워진 표정으로 국수를 한 입 크게 입에 물곤 우물거리다가.) 소마루가 알 필요는 없지 않슴까. 이계에 너무 관심을 가지시네요. 필요 이상으로. (부러 초반의 신경질적인 투로 말하곤 남은 국물을 벌컥거린다.) ...다 드시면 말하십쇼.
소마루:꽤 머물필요가 없었으면.. 저도 관심은 안가졌겠죠. (어두워진 표정에 눈치보듯 힐금거리다 조용히 국수를 먹기 시작한다)
가만둬 <3 (GM):(뚱 해진 표정으로.) 어짜피 돌아갈 것 아니심까. 가기 전에 뭐.. 실컷 구경이나 하다 가십쇼. 쓸데없는 건 너무 파헤치려 들지 마시고.
(?)
타다요시:(뚱 해진 표정으로.) 어짜피 돌아갈 것 아니심까. 가기 전에 뭐.. 실컷 구경이나 하다 가십쇼. 쓸데없는 건 너무 파헤치려 들지 마시고.
소마루:...그렇네요. (조금은 경고어린거같은 말에 작게 웅얼댄다) 저도 모르게 들떠서 그랬나봐요. (이후로 조용히 국수 마저 먹는다)
타다요시:...거, 걱... (잠깐 대답을 머뭇이다가 특유의 투덜거리는 투로 꿍얼였다.) 걱정되서 그러는 검다. 호기심이 많을수록 해가 되는 것들이 요괴 녀석들 이니까요. ...소, 소마루는 인간이니... (너를 흘긋거리다 한숨을 푹 내쉰다.)
소마루:..걱? (다 먹어갈때쯤 네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이어지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떠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게된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좀 심술궃게 대꾸해버렸어요. (후룹..국물도 마서 마신 후 손을 가볍게 내밀고) 사과의 악수할까요?
타다요시:.... (흥, 하고 네 손을 맞잡는다.) 백살도 안 먹은 인간이 그런말을 하니 영 웃기네요. (빈 그릇을 보더니 그대로 자리서 일어난다.) 다 드셨음 더 가고싶은 곳이나 찾아 보십쇼. 오늘의 축제가 끝나기 전에요.
소마루:그래도..굳이 계산하자면 학교를 다니는 요괴들과 학교를 다니는 인간의 나이는 비슷하지 않겠어요? 인계에서의 인간과 동물의 나이차이 처럼요. (맞잡은 손 가볍게 흔들고 같이 일어난다)
(잠깐 걷다가) 와, 여기엔 점집도 있나요? (타다요시 힐긋보며)
타다요시:...저는 졸업도 미루고 있으니 그렇게 따져도. (뭐라 더 토달려다 입을 다문다.) 예? 예에... 친구가 운영하는 곳 이긴 한데, 꽤 짓궂은 친구라... 각오하고 가는 쪽이 좋을검다. ...일단은? (가고 싶냐는 듯 고갤 갸웃인다.)
소마루:음..하긴, 영월호가 분명 500살에서 800살 사이였죠. 그럼 타다요시는 얼마나 졸업을 미뤘던건가요? (눈을 꿈벅거리며 호기심어린 목소리였다.)
짓궂은 친구... 인간이라서 겁주거나 할까요. 마음 단단히 먹고 가야겠네요. 일단은, 말이에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슬 웃는다)
타다요시:그, 그으........... (곤란한 듯 내는 앓는소리가 언뜻 으르렁 대는 소리로 들린다..) ...그럴지도 모르겠슴다. 뭐, 이왕 온 거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그리 말하곤 점집 쪽으로 널 안내했다.)
점집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타다요시가 멈춰섭니다.
타다요시 :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하지만…….
타다요시 : 뭐,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죠.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그리고 소마루와 타다요시가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 할멈 : 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소마루:(깜짝)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 할멈 : 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타다요시는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쿠라마 할멈은 늘 이래요, 하고 덧붙이면서요.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 : 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쿠라마 할멈 :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쿠라마 할멈 : 운세? 미래? 아니면.. 둘의 궁합? 뭐든 물어보렴.
소마루:음..한가지만 봐주시는 건가요? (나름 당당하게 물어보고는, 뒤이어 고민해보는 듯 눈을 굴린다) 흠~..
쿠라마 할멈:어머~ 난 그리 각박한 요괴가 아니야, 연륜이 있는만큼 베풀줄도 알지. (물론, 공짜란 소린 아니지만? 작게 중얼이더니.) 말했잖니, '뭐든' 물어보렴~.
소마루:그런가요? (공짜는 아니란말에 작게 웃고는 타다요시 힐긋본다) 음.. 음, 그럼 운세부터 보고싶어요.
쿠라마 할멈은 소마루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받아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 할멈 :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쿠라마 할멈 :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있네...
쿠라마 할멈 : 소마루?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소마루:(경쾌하게 웃는 쿠라마를 보자니 조금은 어색하게 웃으며)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사람은 돌아가야죠. (라고 말하고는 미래도 점쳐달라 부탁해본다)
쿠라마 할멈 : 어머, 그러니? 아쉬워라...
쿠라마 할멈 : 어디 보자꾸나..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쿠라마 할멈 :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쿠라마 할멈 : 천만 다행으로 소마루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쿠라마 할멈 :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쿠라마 할멈 :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소마루:(이미 이변을 겪고있는 상태에서 또 얼마나 거대한 이변일까..싶지만 점괘는 점괘이니 마냥 흥미롭게만 듣고있다) 너희들이라면 타다요시도요?
쿠라마 할멈:그렇지, 내 점괘는 꽤 잘 맞는 편이니 조심해둬서 나쁠 건 없을거란다.
소마루:음.. (인간인 자신만 몸조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곁에 있는 타다요시에게도 변을 당할 수 있다는건가. 좀 조심스러운 눈길로 타다요시를 힐긋본다)
타다요시:...? (소마루의 시선에 고갤 기울이다가.) ..짓궂은 요괴라고 말하지 않았슴까. (이어 안심하라는 듯 입꼬리를 올려보이고.)
소마루:그래도 말이죠. (귀만 살짝 붉어져서는 급하게 고갤 돌렸다가) ...그럼, 타다요시와 저의 궁합은 또 어떤가요. (장난스레 소근소근)
쿠라마 할멈:어머? 궁합이 또 궁금하니? 인간 도련님~? (부러 쩌렁쩌렁 이야기 하곤 깔깔 웃는다.)
소마루:(화들짝) 재, 재미로 말이죠.! 재미로. 궁합이 또 그런것만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쿠라마 할멈 : 어디보자, 궁합이라.
쿠라마 할멈 : 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쿠라마 할멈 :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쿠라마 할멈 : ...이 점은 못 본거로 하겠다.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 : 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
쿠라마 할멈 :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소마루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가리킵니다.
소마루:..? 넥타이를요? (쿠라마가 가리킨 자신의 교복 넥타이를 보고 다시금 되물어본다)
쿠라마 할멈:그래~ 그거면 충분해. 인간의 의복은 어쩜 이리 얇고 간소한지.... (턱을 괸 채 눈을 반짝인다.) 소장 가치가 있거든~
소마루:아, 하하.. (넥타이는 다시 사도 큰 부담은 없으니까. 주섬주섬 매고잇던 넥타이를 풀어 가지런히 모아 쿠라마에게 건넨다) 여기요.
쿠라마 할멈:아~ 어쩜 인간들이란 이런것도 의복이라 입고 다니는 건지~ (만족한 듯 넥타이를 받곤 손을 휘휘 저어대며.)
쿠라마 할멈 :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어서들 나가봐!
쿠라마 할멈 :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소마루:(쿠라마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점집에서 나온다)
타다요시:(진이 쭉 빠진 얼굴로 고갤 기울인다.) 더 가고싶은 곳 있슴까?
소마루:(지쳐보이는 얼굴에 얄밉게 웃으며) 그럼 마지막으로.. 저기, 간이낚시터 둘러보도록 할까요.
간이 낚시터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그럼에도 소마루가 바란다면...!
금붕어 뜨기를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소마루:(에에? 벌벌벌)
타다요시:....(슬금슬금 뒷걸음질..)
소마루:? (뒷걸음질치는 타다요시봄)
어,,..어디가요..!
타다요시:예, 예? 아, 아니 이건 좀 위험하지 않겟슴까..?
소마루:....그, 렇기야 하다만..
아니, 같은 요괴면서 이런것도 무서워하나요? (급기야 시비걸기)
타다요시:....???? (울컥) 아니, 요괴라고 무슨 초인적인 힘이 있는 줄 아심까?????
소마루:이..인간은 연약하다면서요. 그럼 인간보다는 강할거 아니에요..!
(티격태격)
타다요시: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ㅡ !!!! (씨익..씨익..거리다가 문득 시선을 돌린다.)
문득 익숙한 인영이 보인다 싶어 돌아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 : ...? 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으븝ㅡ!!!!
미호가 인간이란 말을 꺼내자 입을 틀어 막습니다.
..타다요시가요. (ㅠ)
소마루:(ㅋㅋ)
미호:(;;;;)
소마루:(잇츠 파인ㅡ)
미호 : 두, 두고봐라! 언젠가는 콱 잡아먹어 버리겠다!!!
미호 :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미호 : 아니, 아니지!!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 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미호 : 흥,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미호 :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소마루:흐음? (궁금하지도 않다는 말에 되려 떠보는듯 제팔짱끼고) 그럼요, 인계에도 이러한 축제가 있죠. 이것보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고.
과일에 설탕을 굳혀서 만든 사탕이라던가, 문어다리와 밀가루를 이용한 동글한 빵도 있다구요.
미호:.... (귀를 쫑긋 거리더니) 아, 아 글쎄 하~나도 안 궁금하다니깐!!!!! 우리도 도롱뇽 다리나.. 전갈볶음 같은 거 많다구!! (메~롱)
소마루:흐, 흥~.. 저희는 두툼한 살의 닭다리도 쓰고, 볶음면도 있는걸요. 축제때마다 입을 수 있는 예쁜 복장도 있고.
미호:이, 이이....그런 건 우리도 있다구!! 아~! 진짜 인간들은 멍청하면서도 영악해서 완~전 싫어!! (캬악, 하고 털을 바짝 세우더니.) 됐어! 난 신님한테 인사나 드리러 갈 거야!
소마루:멍청하다고 한 사람들이 더 멍청해요! (따라 유치하게 좀 내뱉어보고는) 흥, 첫만남부터 괘씸하게 군 요괴는 저도 싫거든요!
미호:뭐, 뭐어!!!! 이게 진짜아!!!! (이를 드러냈다가 타다요시 눈치를 보며 물러난다.) 영월호 학생도 아닌 게, 신님한테 기도도 못 드리니까 분명 인간이래도 (소곤) 천벌 받을거야 너!
소마루:(뭔가 든든한 빽을둔거같아서 오히려 양심이 찔린다.. 타다요시 힐긋..) 가요! 가~ 타인을 괴롭히려 든 인간이든 요괴든 다 천벌받아요!
(인간이든..할때 소근..)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3
판정결과:실패
(ㅠ)
미호:(..ㅠ)
소마루:... (그러다 잠깐 버벅거리다가) 그...그, 선생님이 세운 학굔데 왜 제가 못들어가나요..!
신당도 왜 영월호 내부에 있구요..!
미호:...잉? 그야, 신당은 그분을 위한 곳이니까 그렇지 바보야!! 공간의 주인님 도 몰라? (어이없다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참~나! 공간의 주인님이 인간들이 싫었나보지! (메롱!)
소마루:공간의 주인님..?? (처음듣는 이에 눈을 꿈벅)
미호:..? 그럼 너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에휴...! 진짜 모른다면 야마다 너도 불쌍하다!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고~!!!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소마루:...? ???
타다요시:(잠시 뒤에 가만 서 있다가.) 미호말이 맞슴다. 이계는 그런 곳임다. 세상에는  이 존재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님까?
소마루:...? 이계는 그런곳이라구요?
저, 정말 세계 끝이 있는데다 평평하고, 하늘끝에는 둥근유리돔...?
(혼란!)
타다요시:....? 예에... (당연한 상식인냥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갤 끄덕인다.) 문제라도 있슴까?..
소마루:인계랑 원래 구성자체가 다른건지, 아니면...여기가 아직 발전이 더딘건지..??
무, 문제는 없는데...엄청 놀라워서요..
타다요시:으음..? 걸을 수 있으니 평평하고 끝이 있으니 유리돔이 있는 것 아니겠슴까? 실제로도 그렇구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자자, 볼 것도 다 봤으면 나가자구요. (낚시터의 천막을 손으로 거둬 고개를 까딱인다.)
소마루:실제로도 그런가요? 그럼...구성자체가 다르구나... 신비롭네요 하나부터 열 그이상까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낚시터에서 나온다)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소마루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타다요시가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타다요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소마루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무리 타다요시를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민첩> 판정
소마루: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비틀, 아슬아슬하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겨우 균형을 잡아 버팁니다.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부모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소마루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소마루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소마루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소마루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소마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타다요시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소마루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 소마루의 표정을 확인하자 조금 걱정스러운 투로 이렇게 말합니다.

타다요시 : 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요.

타다요시 : 표정이 왜 그래?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타다요시, 이 사람만은 지금 소마루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소마루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타다요시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타다요시 : 곧 불꽃놀이가 시작한다고 함다.
타다요시 : 명당 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봐요!
소마루:용서못해
.... (자신의 표정이 지금 어떻더라? 거울을 보지않는 이상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어떠한 표정인지 예상은 간다. 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겠지. 어둡기만 하던 장소가, 자신의 주변이... 라는 요괴가 와준 덕에 조금이나마 밝아진 느낌이다. 이런 곳에선 나는 어린애나 다름없구나 싶었고, 따스한 손을 꼬옥 잡았다)
... 표정, 많이 바보같아요? (라며 시답잖은 말을 꺼내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보러 가요. 불꽃놀이.
용서못해애
그러나 소마루와 타다요시가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소마루와 타다요시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소마루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소마루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타다요시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소마루를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타다요시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소마루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소마루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소마루가 주변을 돌아보려하며, 연기의 출처를 확인하려고 하자 타다요시가 다급하게 제지합니다.
타다요시 ; ...보면 안 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임다.
라고 말하면서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타다요시는 멍하니 서 있던 소마루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타다요시와 소마루는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 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9/39/15
굴림:7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운> 판정
소마루:
행운
기준치:70/35/14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타다요시와 소마루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타다요시는 묵묵히 소마루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
타다요시는 소마루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마루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소마루와 타다요시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타다요시 : ...너무 밖으로 나오지 마십쇼.
타다요시 :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테니, 혹시라도 그들 눈에 들어선 안 돼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타다요시 :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요.
라고, 타다요시는 말합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타다요시: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검다. (잠시 말을 고르나 싶다가.) 소마루, 당신에겐 너무 위험하니 돌아가십쇼.
소마루:... (아직도 떨리는 듯한 심장을 부여잡듯 가슴께에 손을 얹고있다가 급하게 정신차리고) 아, 아까 그 괴물은 대체 뭐죠..? 왜, 그토록 아름다웠던 곳이 저렇게...
(겁에질린 표정은 평소와 달리 구겨져있었다) 타다요시도 위험한거잖아요. ...어떻게 원래 잇던 곳으로 갈 수 있는데요.? 신목이...
타다요시:...썩 내키진 않았지만, 제 능력을 쓴다면 당장 보내줄 수 있슴다. (뒷목을 쓸어내리며.) 거짓말을 한 건 미안하지만... 제가 신목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건 정말 비밀이니 말임다.
소마루:...능력, 이요..? (여닫을 수 있다는 말에 눈이 크게 떠진다) 그게 무슨..
타다요시:...악용되는 걸 바라지 않았슴다. (작게 중얼이고서) 저는 여기서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소마루는 어서 돌아가시면 되는검다.
소마루:...그, 그럼 남은 이들은 어쩌고요... 타다요시도 혼자가 되잖아요.
타다요시:..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임다. 이계의 일은 이계의 사람들이 풀어야하지 않겠슴까?
소마루:.... 맞는, 말이에요. (떨리는 제 두 손을 꼼지락대다가) ....조금, 더 있으면 안될까요? 지금 이런 긴박한 상황이지만,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보태고싶어요. 타다요시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고싶어요.
당신이 절 도와줬듯이요..!
타다요시 : ...그 말은 돌아가지 않겠다는거죠.
타다요시는 화난 듯 입을 꾹 다뭅니다.
의견이 충돌하고,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소마루를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타다요시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소마루는, 혼자 살겠다고 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오두막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둘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소마루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타다요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타다요시 : 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 주무시고 계십쇼.
타다요시는 소마루가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소마루뿐입니다.
소마루는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늦은 밤,
소마루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
그 날 밤, 타다요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소마루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소마루를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타다요시 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타다요시 : 구조 작업이 잘 끝났슴다!
타다요시 :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 축제가 계속된다니, 함께 보러가요 소마루.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어제의 무시무시한 생명체도 사라진 걸까요?
소마루:..? 타다요시.. 음. (잠시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고는 다시 쳐다본다) 에..? 잘 끝났다니 다행이긴한데..
너무 빠른거 아닌가요...? 지진까지 일어나서 땅도 갈라졌을텐데..
타다요시:사냥개가 바로 사라져 피해가 크지 않았슴다.빨리 복구된 축제에 가고싶어요. (멋대로 네 손을 잡아끌어 깊은 숲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소마루가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영월호부터 타다요시의 집까지,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타다요시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타다요시 :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슴다.
그런 소마루를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타다요시는 그리 말하며,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할 뿐입니다.
소마루와 타다요시는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곳은...
...
아무것도 없습니다.
타다요시는 조용히 입을 엽니다.
타다요시 : 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슴다.
타다요시 :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죠.
타다요시 :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슴다.
타다요시 :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요.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타다요시 : 축제는 끝이에요 소마루.
타다요시 : 후야제를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슴다.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타다요시 : 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임다.
타다요시는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소마루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타다요시는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타다요시 : 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타다요시 :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심다.
아, 그렇습니다. 타다요시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소마루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소마루의 몸이 붕 뜹니다.
왜?
어째서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밀어버렸나요?
타다요시 :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타다요시 : 건강해야 해요. 소마루.
타다요시 : 그럼 안녕.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소마루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타다요시는 소마루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소마루가 타다요시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타다요시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타다요시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소마루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타다요시입니다.
<듣기> 판정
소마루:
듣기
기준치:68/34/13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타다요시 :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타다요시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건,
분명, 소마루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소마루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소마루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소마루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8/39/15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1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소마루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소마루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마루는 '본다'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소마루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소마루 본인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타다요시가 줄곧 기다려온 선생님은
소마루 당신의 혈연입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7/38/15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이성 -1
두 번째 이야기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타다요시,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타다요시입니다.

타다요시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타다요시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타다요시가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타다요시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괴 1 :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요괴 1 :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요괴2 : ...맞아, 이, 인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타다요시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
세 번째 이야기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소마루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6/38/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없음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소마루는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타다요시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6/38/15
굴림:69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1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소마루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마루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소마루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소마루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소마루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 . .
인계
소마루가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발로 걷어차거나 소리를 질러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소마루를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소마루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타다요시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없음.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엄마야)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소마루를 괴롭힙니다.
타다요시는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죠.
소마루가 어떻게든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소마루는 무너지는 이계와 타다요시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소마루에게는 타다요시처럼 이계의 문을 강제로 여는 능력이 없으니까요.
이제 어떡하면 좋죠?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신목 앞에 남아있나요?
소마루:(그럼에도, 신목앞에 남아있으려 합니다)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타다요시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소마루를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소마루는 타다요시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소마루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소마루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어떡할까요?
소마루:..! 반딧불이.. (문득 타다요시가 지내던 집에 펼쳐진 반딧불이와, 그때 들려줬던 이야기가 생각나 반딧불이를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소마루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소마루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건강> 판정
소마루:
건강
기준치:50/25/10
굴림:29
판정결과:보통 성공
소마루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소마루는 이계의 산에서는 늘 타다요시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아,
타다요시는 줄곧, 소마루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타다요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소마루의 시야를 가립니다.
<정신력> 판정
소마루:
정신
기준치:80/40/1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렇다 하더라도 소마루는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됩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는 분명
타다요시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소마루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4
판정결과:실패
(비명)
학교 안으로? 대체 왜? 소마루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갑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2-B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소마루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소마루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소마루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소마루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근력> 혹은 <열쇠공> 판정
소마루:
근력
기준치:40/20/8
굴림:99
판정결과:대실패
(비명 )
억지로 자물쇠를 뜯다 손끝이 벗겨집니다.
소마루가 이 문을 열고싶다면, 성공할 때까지 제한 없는 <근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근력> 판정
소마루:(오마갓 ~)
근력
기준치:40/20/8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소마루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소마루를 안내한 반딧불이는,
소마루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어떡할까요?
소마루:헉..헉, (아픈 발목, 턱끝까지 찬 숨, 여기저기 긁힌 자신을 돌아보며 웃음이 조금 나왔다. 만난지 얼마안됐음에도 이렇게 보고싶은건, 인생에서 정말 처음이 아닐까.)
후우.. 흐.. (숨을 몇번 고른 뒤, 소용돌이속에 손을 뻗습니다)
소마루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소마루를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소마루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타다요시 :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타다요시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타다요시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소마루를 속인 사실에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소마루가 타다요시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타다요시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타다요시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산치체크>
소마루:
SAN Roll
기준치:75/37/15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없음.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타다요시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타다요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마루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소마루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타다요시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소마루와 타다요시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타다요시는 소마루를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타다요시 : 뭐야, 소마루잖아..
소마루:(처참한 주변과, 동시에 자신을 안내해준 그 반딧불이처럼 곧 숨이 끊길 위태로운 너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쪽발을 절뚝거리며 힘겹게 네게 향한다) ...실망했어요?
타다요시:..아뇨, 제대로 잘 도망쳤는지 걱정하고 있었는데.(다리는 왜, 하고 미간을 좁힌 채 널 바라보다 그 마저 힘든 듯 눈을 반쯤 내리감는다.) 이렇게 돌아오니까 어이가 없어서..
소마루:... 잘 도망치긴 했는데.. 보고싶어서 왔어요. (네 앞에 우뚝 서 눈물이 맺힌 눈꼬리를 대충 소매로 닦아내곤 네가 아프지않게 조심히 안았다) 보고싶어서... 와버렸어요.
...반딧불이가, 이끌어줬으니까.
타다요시:... (따뜻한 손길에 응하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도 힘도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아랫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서 돌아가십쇼.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는 열리지 않을검다.
...문은 이계 사람들의 요럭으로 열리던 문이니까요.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문득, 목가의 방울 목걸이가 미끄러집니다.
이 방울은...
소마루:... (제 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거 혹시, 타다요시가 선생님께 선물해줬었던건가요.
타다요시:... (그에 옅게 미소를 띄워 느릿하게 고갤 끄덕인다.) 이걸 봤을 때, 잠시 당신이 선생님이라 생각했는데 말임다.
소마루:... (따라 옅게 미소를 짓고는) 당신의 선생님은... 그는, 당신을.. 당신들을, 이 이계를 너무나 사랑하시던 분이었을거에요.
그는, 당신의 선생님은 나의 선조였어요 타다요시... 선조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이 방울을 간직해왔어요.
타다요시:....아. (쌓이고 쌓인 인연의 결정체가 제 눈앞에 있다. 힘 없는 손 끝으로 방울을 딸랑, 하고 툭 건들여보곤 한 없이 맑게 웃어보인 채.) 나는. (젖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애써 삼킨 채 고개를 푹 숙인다.)
타다요시는 소마루의 손에 그 방울을 꼭 쥐어줍니다.
긴 시간 동안 소마루가 지니고 있었던 방울은 곧 인연의 결정체가 되었다고 말하면서요.
<지능> 판정
소마루: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타다요시는 분명 소마루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타다요시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타다요시는 소마루가 신목의 문과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타다요시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혹여, 방울을 줘버린다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이면서요.
타다요시 : 지금 죽는다면, 저는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나겠죠.
타다요시 : 하지만 소마루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검다.
타다요시 : 소마루 저는...당신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요.
타다요시 : 부디 저를 기다려 줄 수 없겠슴까?
타다요시 : ...제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 처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타다요시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타다요시는 마지막에..
'소마루' 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타다요시를 잇습니다.
타다요시의 말을 들어줄지, 들어주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은 소마루의 몫입니다.
소마루:... 그렇게 선생님 타령했으면서. (짓궂다는듯 결국 눈물을 보이며 소매로 눈가를 눌렀다 떼고 타다요시와 마주본다.) 솔직히, 민폐는 아니었죠? (나지막히 말을 띄우며 조심스레 손을 뻗어 하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타다요시:... (그에 슬쩍 고개를 기울여 네 손에 기대었다. 따뜻했다. 애석하게도 선생님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양되는 감정에 눈물이 맺힌다.) 지금 인연의 끝에 있는 사람은 소마루니까요. (어설픈 미소를 띄운 채 잠긴 목소리로 말한 뒤.) ...끝까지 귀찮게 굴었으면서, 잘도 그런말을 하심다.


소마루:(제 손에 기대오는 머리에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눈물로 인해 흐려지는 시야속에서도 올곧이 널 담고싶어 바라보며 엄지로 네 볼을 쓸어문질러본다) 기뻐요. '나'와 만나고싶어해줘서...
흐흐. (짧게 웃음소리를 흘리곤) 미안해요. 제가...의외로 고집이 좀 세거든요. ...싫어하지말아줘요. (눈웃음까지 지어가며 소리없이 웃고는 볼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팔로, 팔로 내려가 네 남은 손을 꼬옥 잡았다)
.. (그리고 그 손을 들어올려 제 이마를 툭 댔다. 나름대로의 네게 감사인사이자, 네 말을 듣겠다는 의미였다.) 기다릴게요. 타다요시가 그랬던 것처럼..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타다요시:.....만날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아도. (머뭇거리다 잡힌 손을 놓고서 남은 그 팔로 제 몸은 신경쓰지 않은 채 너를 빈틈없이 꼭 끌어안았다. 잔뜩 엉망이 된 목소리로.) ..마, 만날, 수 있슴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까.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웃음을 흘린다. 지금의 이별이 한 없이 소중해서.) 소마루.
타다요시 : 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요.
타다요시 : 그땐, 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요.
타다요시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소마루를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타다요시가 소마루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소마루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마루가 타다요시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마루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소마루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안녕, 타다요시."
E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소마루 생환
타다요시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에필로그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을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ㅇ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리면,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오롯이 붉은 우산을.
우산의 주인은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우산을 쓴 사람은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END 4. Epilogue, 11월의 재회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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